지난 9일 정청래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있다.(사진=MBC뉴스 캡처)
[경기뉴스탑(서울)=장동근 기자]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의 연이은 막말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그리 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발언을 한 데 이어, 김재원 최고위원이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이 한두 사람이겠느냐”고 거들며 사태는 확산되는 모양새다.
송언석 발언서 비롯된 ‘내란 살생부’ 논란
논란의 시작은 지난 9일 정청래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었다. 정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준비 과정에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노상원 수첩’을 언급하며 내란 청산을 강조하자, 송 원내대표는 자리에서 “제발 그리 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는 △정치인·언론인·종교인·노조 간부 등 ‘수거 대상자’ 명단 △수용·처리 방법 △북한 공격 유도 방안 등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만약 그 시도가 성공했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도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송 원내대표가 여기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불붙었다.
김재원 “국민 공감 많다”…오히려 불씨 키워
사태가 수습되기도 전, 김재원 최고위원이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송 원내대표를 옹호하며 불씨를 키웠다. 그는 “제가 바로 2찍”이라며 “전 국민의 41%에 해당하는 국민 중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두 사람이겠느냐”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나아가 “민주당은 기호 2번을 찍은 국민을 사람 취급하지 않고 박멸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정신 차리라”고 맞받아쳤다. 이는 사실상 송 원내대표의 발언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정치적 책임을 민주당에 전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국회의장 “민주주의 부정” 강력 비판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며 송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인간으로서 차마 내뱉을 수 없는 망언”이라며 “국민의힘은 인간이기를 포기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내란 살생부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은 참담하다”며 “5·18 광주의 비극이 떠오른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의 생명을 위협했던 그 시절을 잊었단 말인가”라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송 원내대표에게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지만, 그는 여전히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 또한 자신의 발언이 민주당의 태도에 대한 대응이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