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위 논설주간

유흥위/논설주간(전 공주대 교수)
제12대 경기도의회 전반기 의장에 선출된 남종섭 의장(더불어민주당·용인3) 앞에는 기대와 과제가 동시에 놓여 있다. 남 의장은 재석 의원 167명 중 165명의 찬성이라는 압도적 지지 속에 의장직에 올랐지만, 이번 선출 과정은 제12대 도의회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함께 보여줬다.
현재 경기도의회는 더불어민주당 144석, 국민의힘 22석, 조국혁신당 1석으로 구성돼 있다. 민주당이 절대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의장과 부의장단 모두 민주당이 맡게 된 것은 의석 구조상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해석도 있지만, 동시에 다수당의 책임 있는 운영과 야당과의 협치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의장은 단순히 다수당을 대표하는 자리가 아니다. 지방의회의 수장으로서 여야 의원 모두를 아우르고, 집행부를 견제하면서도 도민 삶과 직결된 정책에서는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자리다. 남 의장이 강조한 “167명 모두의 의장이 되겠다”는 약속은 앞으로 임기 내내 실천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방의회의 위상과 권한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일이다.
남 의장은 당선 직후 지방의회법 제정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지방자치가 제도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방의회는 주민 대표기관이지만 여전히 조직권과 인사권, 정책 지원 측면에서 집행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특히 1천420만 명의 인구를 가진 경기도를 감안하면 광역의회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도권 교통 문제, 주거 안정, 반도체 산업 육성, 기후위기 대응, 복지 확대 등 광역 차원의 정책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의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남 의장이 지방의회법 제정을 전국 시·도의회와 연대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지방자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방향이다. 다만 법 제정은 중앙 정치권과의 협력이 필요한 만큼 단순한 주장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로드맵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뒤따라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정책 중심 의회’ 구축이다.
전국 최대 광역의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경기도의회는 단순한 조례 심사와 예산 심의를 넘어 지역 미래 전략을 제시하는 정책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원 개인의 역량 강화와 함께 전문위원 조직, 정책지원관, 연구 기능을 더욱 체계화해야 한다.
특히 도정 전반을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집행부와 동등한 수준의 정책 분석 능력이 필요하다. 의회의 힘은 의석수가 아니라 전문성과 설득력에서 나온다는 점을 남 의장이 인식해야 한다.
세 번째 과제는 실질적인 협치 문화 정착이다.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 의회 운영이 다수결 논리만으로 흐른다면 지방의회의 건강한 기능은 약화될 수 있다. 국민의힘이 부의장 배분 문제를 두고 “야당 몫”을 주장했던 것은 단순한 자리 배분 문제가 아니라 소수 의견 보장과 의회 민주주의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물론 의석 비율에 따른 의사 결정 역시 민주주의 원칙이다. 그러나 지방의회는 중앙 정치와 달리 지역 주민의 삶을 직접 다루는 생활 정치의 공간이다. 여야가 정쟁보다 지역 현안 해결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의장의 중요한 역할이다.
남 의장은 과거 제11대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과 제10대 후반기 교육행정위원장을 지내며 의회 운영 경험을 쌓아왔다. 지방자치와 자치분권 분야에서 활동해 온 경험은 분명 강점이다.
하지만 의장으로서의 평가는 과거 경력보다 앞으로 보여줄 리더십에 달려 있다. 민주당의 의석 우위를 어떻게 책임 정치로 전환할 것인지, 야당의 목소리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담아낼 것인지, 경기도의회를 어떻게 대한민국 지방의회의 모델로 만들 것인지가 핵심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경기도의회는 대한민국 지방의회의 방향을 가늠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남종섭 의장이 약속한 “167명 모두의 의장”이라는 선언이 단순한 당선 소감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의회 운영 원칙으로 자리 잡는다면, 제12대 경기도의회는 새로운 지방자치의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다수 의석에 기대는 운영에 머문다면 도민의 기대와 거리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결국 남 의장에게 필요한 것은 강한 의회가 아니라 신뢰받는 의회를 만드는 리더십이다. 다수의 힘을 통합의 힘으로 바꾸고, 의회의 권한 확대를 도민 체감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제12대 전반기 의장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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