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뉴스탑=전순애 기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발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다시 갈아치웠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개 분기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물론, 분기 영업이익 규모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엔비디아와 애플의 역대 기록을 뛰어넘으며 세계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7일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4천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29.3%, 영업이익은 1,810.3% 증가한 수치다.
시장 전망치도 크게 웃돌았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컨센서스인 영업이익 84조1천억 원보다 약 6% 높은 실적이다.
이번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43조6천억 원)의 두 배를 넘어서는 규모이며,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3년간 삼성전자가 올린 영업이익을 모두 합친 금액보다도 많다.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도 이례적인 성과다. 엔비디아의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은 약 82조 원, 애플은 약 78조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은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분기 기준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세계적으로는 국제 유가 급등기였던 2022년 사우디아람코가 기록한 초대형 실적 이후 손꼽히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업계는 이번 실적의 배경으로 AI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인 성장세를 꼽는다. 생성형 AI를 넘어 피지컬 AI와 AI 인프라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물론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까지 수요가 급증했고, 메모리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사업이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이번 실적 대부분을 책임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메모리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AI 서버용 메모리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 차세대 제품인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도 빠르게 높이고 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장기공급계약(LTA)을 잇달아 체결한 점도 실적 안정성을 높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과거 메모리 산업이 경기 변동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사이클 산업'이었다면, AI 시대에는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생산과 공급이 이뤄지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최소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최근 잇따라 상향 조정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간 영업이익이 370조 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사업부별로는 온도 차가 뚜렷했다.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반도체 등 핵심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모바일(MX)과 네트워크 사업은 수천억 원에서 1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전망되며, TV와 생활가전 부문 역시 수익성이 제한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전장 자회사 하만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했지만,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반도체 부문에 비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이 단순한 호황을 넘어 AI 산업 확산에 따른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진단한다. 다만 향후 실적은 글로벌 AI 투자 지속 여부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공급망 재편, 환율 및 금리 변화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메모리가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삼성전자와 같은 메모리 강자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장기공급계약 확대와 첨단 HBM 시장 선점 여부가 향후 실적을 좌우할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