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유흥위 논설주간/전 공주대 교수
경기도의회 제12대 전반기 원구성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줄다리기로 당초 예정됐던 선출 일정까지 연기됐지만, 결국 민주당 12석, 국민의힘 1석으로 13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을 마쳤다. 출범 초기부터 불거진 원구성 갈등이 일단락되면서 이제 경기도의회는 본격적인 의정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원구성 과정은 제12대 도의회의 정치적 지형을 그대로 보여줬다. 전체 167석 가운데 민주당이 144석을 차지하고 국민의힘은 22석, 조국혁신당은 1석에 불과하다. 사실상 민주당이 의회 운영의 주도권을 독점할 수 있는 압도적인 여대야소 구조다. 민주당이 13개 상임위원장 가운데 12개를 차지한 결과 역시 의석수에 따른 정치적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상임위원장 2석을 요구하고 민주당이 1석 배분을 고수하면서 일정이 한 차례 연기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도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의회가 출범하자마자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벌이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의회의 원구성이 정당 간 협상의 대상인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 과정에서 도민의 삶과 직결된 의정활동이 뒷순위로 밀려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최종적으로 양당이 합의점을 찾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남종섭 의장이 중재에 나서 원구성 협상을 정상화하고, 여야가 결국 상임위원장 배분에 합의했다는 점은 의회가 앞으로 협치의 틀을 만들어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몇 개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느냐가 아니라, 각 상임위원회가 어떤 의정 성과를 만들어내느냐이다.
민주당에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이 주어졌다. 144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은 안정적인 의회 운영과 정책 추진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지만, 동시에 독선과 독주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이지만, 다수당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이 민주주의의 전부는 아니다. 소수 의견을 듣고 야당의 합리적인 비판을 수용하는 포용적 리더십이야말로 거대 여당이 보여줘야 할 진정한 책임정치다.
특히 경제노동위원장을 비롯해 각 상임위원회는 경기도민의 민생과 직결된 현안을 다루게 된다.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살피는 일은 물론 반도체와 AI 등 미래산업 경쟁력 확보, 교통망 확충, 주거 안정, 복지와 교육 문제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상임위원장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과 전문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국민의힘 역시 22석이라는 소수 의석을 단순한 한계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다수당을 견제하고 도정을 감시하는 것은 야당의 핵심 책무다. 다만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의힘이 밝힌 ‘작지만 강한 야당’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상임위 활동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책을 제시하고, 잘한 일에는 협력하며 잘못된 정책에는 분명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균형 잡힌 의정활동을 펼쳐야 한다.
이번 원구성 과정에서 조국혁신당의 역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 1석이지만 여대야소가 극단적으로 심화된 의회 구조에서는 한 명의 의원이 제기하는 문제와 목소리도 결코 가볍지 않다. 다수결의 틀 안에서도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의회 내 정책 논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특별위원회 구성이다. 오는 23일 제4차 본회의를 열어 3개 특별위원회 위원을 선임하고 위원장을 선출하면 사실상 의회 운영의 기본 틀이 완성된다. 이때부터는 자리 배분이나 정당 간 이해관계를 넘어 도민의 삶을 개선하는 실질적인 의정활동으로 평가받게 된다.
경기도는 대한민국 최대 광역자치단체이자 1천400만 도민의 삶을 책임지는 지역이다. 민생경제 회복부터 첨단산업 육성, 교통과 주거, 복지, 교육, 경기북부 발전에 이르기까지 도의회가 다뤄야 할 현안은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다. 여기에 새롭게 출범한 민선 9기 경기도정과의 관계 설정 역시 제12대 도의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원구성 과정에서의 진통은 끝났다. 이제부터는 성과로 답할 차례다. 민주당은 거대 여당으로서 책임과 포용의 정치를 보여야 하고, 국민의힘은 소수 야당으로서 견제와 대안 제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여야가 정쟁에 매몰되지 않고 도민의 삶을 중심에 놓는다면 12대 경기도의회는 의석수의 불균형이라는 우려를 넘어 새로운 지방자치의 모델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반대로 압도적 다수에 안주하거나 소수 의석의 한계를 이유로 책임을 회피한다면 도민의 실망은 더욱 커질 것이다. 결국 이번 원구성의 진정한 의미는 상임위원장 13명의 선출에 있지 않다. 167명의 의원 모두가 도민을 위한 의회라는 본분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하느냐에 제12대 경기도의회의 성패가 달려 있다.
kypa13@naver.com
<저작권자 © 경기뉴스탑-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