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MBC 뉴스 =캡처)
[경기뉴스탑(서울)=장동근 기자]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10억 원 강화안’에서 사실상 후퇴한 조치다. 당시 정부는 과세 형평성과 세제 정상화를 이유로 대주주 기준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자본시장 위축과 투자심리 악화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정치권과 시장의 압력이 동시에 작용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추석 민생안정대책 당정협의’에서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더불어민주당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현행 기준 유지를 공식화했다. 이는 증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추석 이후 본격화될 경기 부양 기조와 보조를 맞추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 배경: 자본시장 vs 과세 정상화
대주주 과세 기준은 그동안 금융투자세제 개편 과정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으로 꼽혀왔다. 정부가 내놓은 10억 원 강화안은 “과세 공평성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중산층·고액 개인 투자자들까지 과세 범위에 포함될 수 있어 ‘세 부담 확산’ 논란이 컸다.
자본시장 측에서는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거래량 감소와 증시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정치권 역시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해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 부담을 안고 있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안정 차원에서 현행 50억 기준 유지를 당론으로 밀어붙였고, 정부도 결국 이 입장을 수용하게 된 셈이다.
■ 분석: 정책 신뢰성과 시장 안정성의 균형
이번 결정은 단기적으로는 자본시장 불확실성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리 변동성 속에서 국내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과세 강화는 시장 충격을 가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50억 유지’를 택한 것은 투자 위축을 막고 정책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책 신뢰성 측면에서는 우려가 제기된다. 불과 두 달 전 내놓은 세제개편안에서 후퇴한 것이어서, 정부가 조세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한 채 단기적 시장 상황에 휘둘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한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면 소득 재분배와 과세 형평성이라는 근본적 과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는다.
■ 전망: 과세 형평성 논란 지속, 장기적 대안 필요
향후 논의의 핵심은 ‘조세 형평성과 자본시장 활성화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있다. 대주주 기준 완화가 시장 안정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자 감세’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산층 이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결국 고액 자산가만 혜택을 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기적 결정에 머무르지 말고, 금융투자 과세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금융투자소득세의 단계적 도입, 금융상품별 과세 형평성 강화, 장기투자 유도 인센티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역시 “앞으로도 생산적인 금융을 통해 기업과 국민 경제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향후 정책 논의는 ‘투자 활성화’와 ‘세제 정의’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방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