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함께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20수도권 신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MBC뉴스캡처)
[경기뉴스탑(수원)=전순애 기자]정부가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호의 신규 주택을 착공하는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연간 27만호 규모로 최근 3년 평균 공급량보다 1.7배 많다. 무엇보다 이번 방안은 ‘인허가’가 아닌 ‘착공’을 기준으로 관리한다는 점에서 기존 대책과 뚜렷한 차별성을 갖는다. 공급 목표와 실제 체감 사이의 괴리를 줄여 국민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공공택지 직영으로 공급속도 제고
정부는 공공택지에서의 주택 공급을 가속화하기 위해 LH의 직접 시행을 대폭 확대한다. 그동안 LH가 민간에 매각했던 공동주택용지를 직접 개발함으로써 공급 지연을 최소화하고, 용적률 상향을 통해 6만호를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장기간 활용되지 못한 상업용지나 비주택용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해 1만5천호 이상을 공급하고, 인·허가 및 보상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온 지연 요인을 해소해 사업기간을 2년 이상 단축, 4만6천호를 조기 공급할 방침이다.
이는 단순히 물량 확대에 그치지 않고, 사업 절차의 효율화를 통해 **‘공급의 시기’**까지 앞당기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주택시장은 공급 부족 그 자체보다, 공급 지연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가격 불안을 키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도심 내 노후·유휴부지 활용…재건축·재개발 동력 회복
수요가 집중되는 도심에서의 공급 확대도 핵심 전략이다. 정부는 30년 이상 된 노후 공공임대주택을 최대 용적률 500%까지 상향해 전면 재건축, 2만3천호를 공급한다.
또한 준공 30년이 지난 노후 공공청사와 국공유지는 복합개발을 의무 검토 대상으로 지정하고, 특별법 제정을 통해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2만8천호의 공급이 기대된다.
아울러 미사용 학교용지, 송파구 위례업무용지, 강서구 공공청사 부지 등 도심 유휴부지를 활용해 수천호 규모를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
특히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의 정비사업은 절차 간소화와 사업성 제고를 통해 최대 3년의 기간 단축 효과가 예상된다. 이는 향후 5년간 23만4천호 공급을 가능케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비사업 과정에서 기존 거주민의 재정착 문제와 공사비 상승에 따른 사업성 악화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민간 규제 완화와 신속 공급모델…실현 가능성은?
공급의 상당 부분은 민간 부문이 맡는다. 정부는 35년간 유지돼 온 실외 소음 기준과 과도한 학교용지 기부채납 의무 등 공급을 저해해온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민간 건설사의 가장 큰 불만으로 지적돼 왔던 규제 부담 완화와 직결된다.
또한 공실 상가를 주택으로 전환하거나 모듈러 공법을 활용해 공급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병행된다. 여기에 신축매입임대(5년간 14만호),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5년간 2만1천호) 등은 2026~2027년에 집중 공급해 단기간 효과를 노린다.
그러나 민간의 참여가 활발히 이뤄지려면 금융 여건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고금리·자재비 상승으로 민간 건설업체들의 사업성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규제 완화만으로 공급 확대가 실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시장 안정 위한 ‘수요 관리’ 병행
정부는 공급 확대와 동시에 투기 수요 억제에도 힘을 싣는다. 국토부·금융위·국세청·경찰청·금감원 등이 참여하는 조사·수사 조직을 신설해 불법 거래를 차단하고, 자금 출처 검증을 강화한다.
또한 국토부 장관이 지역과 관계없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넓히고,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LTV 상한을 40%로 강화한다. 주택매매·임대사업자의 주담대는 전면 제한되고,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도 2억원으로 축소된다.
이는 공급 확대와 병행해 수요를 합리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시장의 과열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지나친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균형 있는 접근이 요구된다.
전망과 과제
이번 대책은 공급 부족에 따른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착공 기준 관리와 도심 내 유휴부지 활용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장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실제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민간의 참여 확대를 위한 금융 지원 ▲정비사업 과정에서의 주민 갈등 해소 ▲교통·생활SOC 등 기반시설 확충 ▲공급과 수요 관리 간 균형 있는 정책 운용 등이 그것이다.
결국 이번 청사진은 공급 확대의 ‘의지와 방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향후 집행 과정에서 얼마나 실행력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