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재 하남시장(사진=하남시)
[경기뉴스탑(하남)=박찬분 기자]‘한 마디 말에도 진심을 담는다.’ 하남시가 만든 민원 행정의 기본 원칙이다. 서류를 접수하고 처리하는 데 그쳤던 과거의 민원 행정은 이제, 시민의 감정과 맥락을 읽고 ‘어떻게 응답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공감 행정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남시는 지난 2년간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대통령 표창을 연속 수상하며, 민원 행정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는 단순한 시스템의 개선이 아닌, 민원이라는 사소해 보일 수 있는 행정 행위를 ‘시민과 신뢰를 쌓는 철학적 실천’으로 끌어올린 결과다. 본지는 하남시가 만들어낸 응답 행정의 구체적인 제도, 실행 구조, 그리고 그 바탕에 깔린 시정 철학을 따라가 보았다.
공감은 기술이 아닌 태도… ‘설명력’까지 가르친다
“민원 응대는 기술이 아니라, 공감과 책임의 태도다.”
이현재 하남시장의 이 철학은 행정의 가장 전방에서 일하는 공무원 교육 방식부터 달라지게 했다. 시는 지난 4월, 연극과 강연을 결합한 ‘드라마 콘서트’ 형식의 민원 응대 교육을 도입했다.
주차 단속, 반복 전화, 서류 미이해 등 실제 민원 사례를 연극으로 재현하며 공직자들에게 시민의 입장을 ‘감정적으로 체득’하도록 구성했다. ‘설명력도 친절 역량’이라는 메시지가 울림을 남긴 이 교육은, 하남시가 ‘어떻게 설명하느냐’를 민원 처리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단순한 ‘정책 홍보’가 아니라, 설명 자체가 위로가 되고 해결의 출발점이 된다는 신념이 행정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복합민원, 현장에서 끊는다… 책임과 연결의 시스템 구축
하남시는 ‘핑퐁 행정’을 뿌리 뽑기 위한 다층적 대응 구조도 갖췄다. 핵심은 민원코디네이터와 팀장 책임상담제, 그리고 민원처리 추진단이다.
코디네이터는 베테랑 공무원이 민원인의 입장에서 1차 민원 상담을 맡고, 복합·조정 민원은 퇴직공무원 또는 부서 팀장이 직접 상담에 나선다. 이 과정을 통해 민원인은 더 이상 부서 간 전전을 하지 않게 됐다.
특히 여러 부서가 얽힌 사안의 경우, ‘민원처리 추진단’이라는 실무 책임자 협의체가 주관 부서를 조정하고, 하나의 창구로 책임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남시는 시청까지 오지 않아도 되는 민원 처리 체계도 마련했다. 화상민원 시스템은 시민과 담당자, 유관 부서가 동시 접속해 민원을 논의하는 구조로, 설명의 반복을 줄이고 응답 속도는 획기적으로 높였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협업 기반까지 완성
하남시의 민원행정 철학은 유관기관과의 협업 구조에서도 빛을 발한다. 시는 하남경찰서, 소방서, 교육지원청 등과 전용 핫라인과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 복합민원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화상 회의를 기반으로 실시간 협의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이 구조는, 특히 야간 소음, 청소년 비행, 범죄 우려 등 시민 불안을 즉각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다.
시민이 직접 찾아오지 않아도 문제 해결의 과정을 ‘함께 듣고, 함께 판단해, 함께 응답하는’ 이 연결된 구조는 단순한 시스템 개선을 넘어선 철학의 실천이다.
이러한 전방위적 노력은 외부 평가에서도 입증됐다. 하남시는 국민권익위와 행정안전부 공동 주관 ‘2024년 민원서비스 종합평가’에서 전국 1위에 올라, 2년 연속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유일한 지자체가 됐다.
“민원은 요청이 아니라 응답의 시작”… 시민과 함께 만든 모델
하남시의 민원 행정은 단순한 사무가 아니다. 그것은 ‘관계의 행정’, ‘현장의 행정’, ‘시민 언어의 행정’이다. 응답은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담고 눈을 맞추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이 행정 전반을 이끌고 있다.
이현재 시장은 “공직자의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되고, 응답의 태도가 신뢰가 되는 도시, 하남시는 그런 행정을 시민과 함께 만들겠다”고 말했다.
행정은 법과 절차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것은 마음을 잇는 언어이고, 공감을 기반으로 하는 연결이다. 하남시는 지금, 전국 어디보다 이 원칙을 치열하게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