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과대학(사진=KBS 뉴스)
1년 5개월 가까이 교정을 떠나 있던 의대생들이 전원 복귀를 선언했다. 2024년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 정책에 반발해 시작된 동맹휴학은 한국 의료계를 혼란에 빠뜨렸고, 의정 갈등은 의료 현장의 공백으로까지 이어졌다. 그 긴 터널의 끝이 이제는 보이는 듯하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12일 국회 복지·교육위원회와 대한의사협회(의협)와 함께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며, 조건 없는 전면 복귀 의사를 밝혔다. 유례없는 집단 휴학 사태를 주도했던 의대협이 조건 없이 먼저 복귀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자체로 환영할 만한 변화다.
하지만 '복귀 선언'이 곧 '교육 정상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각 의대의 학사 구조는 연 단위로 구성돼 있어 이미 유급 처분을 받은 수천 명 학생들의 경우 2학기 복학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교육부와 각 대학은 "교육의 질을 훼손하지 않겠다"며 학사 유연화에 선을 긋고 있다. 전원 복귀가 선언된 시점에서도 실제 강의실에 복귀하는 길은 여전히 멀고 복잡하다.
여기에 전공의 복귀 문제까지 얽혀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필수의료 재편과 수련 연속성 보장 등을 복귀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부는 이미 병원을 떠났고, 수련 자체를 포기한 이들도 있어 의대생과 같은 집단 복귀는 어렵다. 전공의가 없는 의대 교육은 존재할 수 없기에, 이들의 복귀 또한 핵심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 공은 정부와 각 대학, 그리고 국회에 넘어갔다. 의대생과 전공의의 복귀는 단순히 교실과 병원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 회복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교육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정당한 방식으로 복귀의 문을 열어야 한다. 이미 복귀해 수업을 받아온 학생들과의 형평성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특혜’라는 낙인이 찍히는 순간, 복귀는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정부는 형식적인 ‘학사 운영 유연화’만으로 이 사태를 수습하려 해선 안 된다. 정교한 제도 설계와 사회적 설득, 공정성의 원칙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이번 복귀 선언은 허공에 흩어질 수 있다. 단순히 복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 교육의 기반을 다시 신뢰할 수 있도록 복원하는 것이 지금의 과제다.
의대생과 전공의의 손을 다시 잡은 이상, 국회와 정부는 이 사태의 책임을 끝까지 감당할 자세로 임해야 한다. 교육도, 의료도, 신뢰 위에 세워져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