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웅/극동대학교 교수(전 북한연구소 이사장)
경제석학 조순은 “국민의 질, 지도자의 질이 높아지지 않으면 미래는 달라질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는 12.3 비상 계엄령으로 인한 극심한 혼란상은 특히 지도자의 자질에 관한 깊은 문제의식을 던지고 있다. 이 영향은 단순히 정치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경제, 문화, 그리고 개개인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익숙지 않은 우리 미래세대가 바라보는 일부 정치 지도자들의 편향된 생각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살펴보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세대는 현실 정치에 대한 그들만의 새로운 시각과 접근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난 세대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뛰어나며, 다양한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정보처리 능력과 멀티태스킹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의 수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극단적 성향의 정치 유튜브만 바라보는 정치 지도자들로서는 그들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을 자초한 정치 지도자들이 미래세대의 본질적 요구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직 그들을 정치적 영향력을 지닌 세대 집단 혹은 정치세력으로 취급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는 기성 정치인들이 가진 경험과 지식이 젊은이들의 일천(日淺)한 열정보다 앞선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미래적 현실 인식과 가능성에 관하여서는 그들의 생각과 열정을 발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소인배적 당리당략에 집착할 경우, 미래세대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사장(死藏)될 것이다. 이러한 패착(敗着)은 우리 미래를 암울하게, 현실의 갈등을 부채질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무려 2천 년 동안을 방랑하며 홀로코스트의 가장 큰 희생자였지만, 지금까지 그들의 종교와 문화 그리고 언어를 보존할 수 있었던 것도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우월함과 능력을 앞세우지 않고, 끊임없는 모범과 실천으로 다음 세대를 훈육함에서 가능했다. 우리도 이스라엘 못지 않는 피눈물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천년의 역사에서 천번의 전쟁, 오년마다 한번씩 전쟁을 겪어야 하는 서러운 역사의 배경에는 우리 스스로 단결하지 못하고, 분열하고 갈등하여 한반도 주변 열강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화를 자초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해방 후 70년 동안 남북으로 분단되었고, 남한은 끝나지 않는 이념전쟁으로 점점 더 양극화의 대결구도를 굳혀가고 있다. 민도(民度)는 높아가고 경제는 성장하는데 이에 현저히 못미치는 정치와 편협한 기성세대의 못난 몽니로 인해 여기저기서 국익을 상실하는 현실을 보며 개탄을 금치 못한다. 고난과 눈물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물려받은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더 훌륭한 것으로 다음 세대들에게 물려줘야 하건만,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본받을 대상을 찾지 못하고 서서히 기성세대에 젖어들며 닮아가는 패기없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
미래세대는 첫째, 과거의 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둘째,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이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데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러한 주장이 현실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치 지도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새삼 절실하다.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미래 봉사자로서 바로 세워주어야 할 것이다.
어른세대로서 미래세대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로 건강한 아름다운 유산은 밝고 건강한 사회와 지성이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는 세계정신을 수립하는 것이며, 특히 기독교적 관점에서는 윤리와 질서를 선도할 바른 신앙을 위해 교회를 개혁 갱신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미래세대가 사회의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줌으로 현장에서부터 그들의 의견이 존중받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정책 결정 과정에 그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배려함으로 미래세대는 자신의 의견이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사회적 책임감을 드높이게 해야 한다.
살펴보면 지금 우리의 갈등과 분열의 해결책이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을지도 모른다. 미래세대의 생각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되, 그들을 갈라치지 않는 시각을 말한다. 그런 시각이 없이는 정치 지도자들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들의 편향된 생각과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을 수습할 능력이 없고, 또한 불가능하기에 분열과 상호 적대시하는 현상을 멈추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자녀를 바라보면 부부싸움을 멈추듯이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마음에서 타의(他意)지만 멈출 수 있다. 젊은이 앞에서 부끄러워할 줄 아는 어른, 설익은 생각이지만 대담하게 말할 수 있는 포용력 있는 기성 가치관,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지도자들의 자기반성, 이런 것들이 미래세대의 본이 될 것이다.
부끄러운 어른과 기성세대가 되면 우리 자녀들의 눈물을 보게 될 것이다. 젊은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미래세대를 격려하고, 그들의 어깨동무에 힘을 실어주고 한 발치 물러서서 그들을 응원하는 것이 진정한 사회의 발전으로 가는 첩경일 것이다. 미래세대와 어른들이 손잡고 단순히 세대 간의 대화에 그치지 않고,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미래세대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한국을 희망적으로 열어갈 수 있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를 방해하는 세력들에 대한 울분은 건강한 기성세대의 석고대죄로 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