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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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이야기>두 바퀴로 걷는 제주도
두 바퀴로 걷는 제주도 이 단 경/수필가 4대강 국토종주를 시작한지 어느덧 10개월이다. 처음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호기심에 시작했지만 어느새 두 바퀴로 우리 땅 구석구석을 달릴 수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욕심 같아서는 두 발로 걸어 다니면서 산천초목을 둘러보고 싶지만 실제로 그렇게 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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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번째 이야기> 기분 좋은 날
기분 좋은 날 이 단 경/수필가수필수업 가는 날이다. 아침 아홉시, 평촌역에서 지하철로 40분 정도 가다가 충무로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고 안국역에서 내린 후, 도보로 10여분 정도 걸어가면 교실에 도착한다. 바쁜 시간이라 감히 앉아가는 건 꿈도 못 꾼다. 환승역인 사당역에서 앉으면 다행이다. 키가 작아서 좌석 바로 앞 천장에 매달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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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 이야기> 막내고모
막내고모 이 단 경/수필가 새벽에 휴대폰 벨이 울린다. 남편이 전화를 받았다. 이 새벽에 무슨 전화일까. ‘누군데? 왜?’ 전화는 빨리 끊어지지 않고 있다. 궁금하면서도 두려웠다. 남편의 얼굴이 차츰차츰 굳어간다. 밤사이 막내고모가 쓰러져서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고 한다. 새벽에 걸러온 전화치고 좋은 소식이 거의 없다.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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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 이야기>보물창고
보물창고 이 단 경 / 수필가 김원일 소설집 〈비단길〉의 ‘울산 댁’을 읽었다. 작가는 ‘울산 댁은 친할머니 나이 뻘로 슬하에 자식이 없어(중략), 전쟁을 만나 피란 내려온 나를 부모 정 모른 채 고향 장터에 버려졌다 하여 친손자인 듯 받아들여 거두었다’고 했다. 문득 어릴 때 이웃집 오빠네 아주머니가 따뜻하게 챙겨주시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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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이야기> 거울속의 왕비
거울속의 왕비 이 단 경/수필가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고개를 들어보면, 거울 속에서 또 다른 내가 인사한다. 물기가 흐르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는다. 세면대 위의 거울은 오래 돼서 선명하지 않다. 포샵 처리 한 사진처럼 거미줄 같은 주름과 미세한 잡티가 보이지 않는다. 거울속의 나는 거울 밖의 나보다 젊고 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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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이야기> 괜찮아
괜찮아이 단 경/수필가 도서관에 갔다. 집에서 버스노선의 세 정류장 되는 거리를 걸었다. 따뜻한 햇살이 옆에서 속살거렸다. 마음이 상쾌하고 발걸음도 아주 가벼웠다. 도서관 안에는 오전이라 그런지 나이 든 사람들이 많았다. 실내가 장마철에 습기 찬 방같이 눅눅하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기분과는 달리 좀처럼 책장이 넘어가지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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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이야기>할머니의 눈물
할머니의 눈물 이단경/수필가 대중목욕탕에 갔다. 겨울이라 그런지 손님이 많다. 평소보다 특히 노인이 많다. 목욕을 거의 다 끝내고 나오려고 하는데 여든 정도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혼자 힘겹게 등을 밀고 있다. 앙상한 고목등걸 같은 모습이다. 다가가서 등을 밀어드렸다. 살은 없고 뼈에 가죽만 있어서 뼈와 가죽이 따로따로 떨어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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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야기)> 남해 자전거 여행
남해 자전거 여행이단경/수필가 출발한지 네 시간 만에 남해대교를 건넜다. 노량공원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나서 이순신호국로를 따라 자전거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 여기가 바로 노량해전을 치른 곳이로구나. 〈명량〉 영화에서 봤던 바로 그 바다 곁을 지나갔다. 일정은 남해 섬을 한 바퀴(180Km) 도는 것이다. 이른 봄 날씨답게 찬 공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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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 흔적
흔 적이은희/수필가몸을 온탕에 담근다. 기분 좋은 상태의 물이 온몸을 미끄러지듯이 휘감는다. 눈을 감는다. 긴장이 솜처럼 풀린다. 천천히 눈을 뜨고 대중목욕탕 안을 둘러본다. 온갖 삶의 민낯이 보인다.바로 앞에 허리가 미끈하고 다리가 긴 처자가 윤이 나는 검은 비단실 같은 머리를 감고 있다. 피부가 투명한 상아빛이다. 물이 뚝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