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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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번째 이야기> 누군가에게 희망을
누군가에게 희망을 이 단 경/수필가 영어회화를 배우러 문화센터를 다닌다. ‘학교 다닐 때 제대로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제때 공부 안 하다 뒤늦게 하느라 열 배는 더 힘들다. 단어도 외워지지 않아 방금 찾은 단어를 또 찾는다. 아는 어휘조차도 확신이 서지 않고 가물가물하다. 친구들과 대화 나누다 보면 심지어 모국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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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번째 이야기> 춘천 가는 길
춘천 가는 길 이 단 경/수필가 자전거로 달려서 춘천에 간다. 갈 때는 자전거로, 올 때는 시외버스를 타기로 했다. 자전거 여행을 버스나 기차로 폭 넓게 해보고 싶었다. 아침 일찍 집 가까이 있는 쌍개울에서 출발했다. 안양천과 학의천이 만나는 지점을 쌍개울이라고 부른다. 하천의 물이 만나서 흐르다 갈라진다. 개울 주변에는 자주,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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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번째 이야기> 하모니카 수업
하모니카 수업 이 단 경/수필가 전화가 왔다. 무척 반가웠다. 거의 포기하다시피하면서도 은근히 기다린 전화였다. 대안학교 선생님이 특강을 해달라고 하면서 학교를 수일 내로 방문해 어떤 곡을 가르칠 건지 알려달라고 했다. 학생들은 저학년 때 기본음계와 간단한 동요는 배웠다고 한다. 며칠 전, 하모니카를 2주에 걸쳐서 총 4시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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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번째 이야기> 언니와 나
언니와 나 이 단 경/수필가 나는 딸만 여섯 중 셋째 딸이다. 경조사 때 모처럼 만나는 친척들 중 연세가 지긋한 분들은 누가누군지 헷갈려 한다. 그럴 때면 ‘저는 삼번이에요’ 혹은 ‘셋째에요’ 등 숫자로 알려드린다. 이름은 거의 사용을 안 한다. 우리 형제끼리 조차도 가족모임을 하는 경우 참석 여부를 문자로 알려야 할 때면 ‘3번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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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번째 이야기> 하모니카
하모니카이 단 경/수필가 오래 전 그리스·이집트 패키지여행을 갔다. 에게해 바닷가 어느 식당에서다. 점심식사 후, 후식(後食)을 먹으면서 옆 사람과 조심스럽게 대화를 주고받는 중이었다. 그 때 일행 중에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등이 약간 굽은 초로의 남자 한 분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일행들은 대화하다 말고 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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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번째 이야기> 예고
예 고 이 단 경/수필가 갑자기 불이 안 들어온다. 취사 작동 버튼을 다시 눌러본다. 이상하다. 분명히 어제까지도 잘 됐었는데. 전기압력밥솥을 이리저리 살핀다. 평상시처럼 늘 똑 같이 사용했건만 오늘 아침 반응이 없다. ‘11년 됐으니 고장 날 만도 하지’ 하면서도 밥을 하려는 순간 작동을 하지 않는 밥솥이 왠지 야속하다. 그동안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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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번째 이아기>엄마가 시장가는 날
엄마가 시장가는 날이 단 경/수필가 엄마는 새벽에 아버지하고 밭에 갔다 온다. 우리들이 일어날 때 쯤 아침밥은 다 되어간다. 아침밥을 먹고 나서 부모님은 장에 갈 준비를 시작한다. 밭에서 따온 오이는 묻은 흙과 검불을 제거하여 한쪽에 나란히 놓고 애호박은 조심조심 긁히지 않게 씻어서 가지런히 놓는다. 풋 고추도 씻어서 비닐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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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번째 이아기>드디어 사고가 났다 ... X선 사진
드디어 사고가 났다 ... X선 사진 이 단 경 /수필가 국토완주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2년간 자전거를 탄 결과다. 올 4월에 완성된 동해안 자전거 길에 있는 영덕 해맞이 공원을 인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힘든 오르막과 신나는 내리막을 반복으로 달리면서 인생도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몇 년 전만 해도 자전거로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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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번째 이야기> 판정승
판정승 이 단 경/수필가 아침부터 전쟁이다. 아홉 살 난 아들이 일어나자마자 학교 가기 싫다고 한다. 달래면서 식탁에 앉혔다. 짜증을 부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평소에 잘 먹던 계란말이조차 맛이 없다면서 생떼를 쓴다. 새 학기가 시작돼서 스트레스가 쌓이나보다. 담쟁이덩굴이 담을 타고 기어오르듯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올라간다.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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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번째 이야기> 뒷모습
뒷모습 이 단 경/수필가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큰댁을 다녔다. 아버지는 마다하지 않고 셋째 딸을 데리고 명절 차례와 제사를 지내러 갔다. 엄마는 두 동생들을 돌봐야 해서 내 차치가 될 수 없었기에, 아버지를 쫒아갔다. 명절 때 큰댁을 가면 사촌들을 만나서 반갑고 특별한 음식이 많아서 더욱 좋았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왜 차례를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