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일요일 밤,
아침일찍 일어나 가까운 어디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해안 어딘가 차를 버리고 이름모를 해변을 맨발로 하염없이 걷다 동해 묵호성당에 도착했다.
꼭 한번 와보고 싶던 성당이었다.
마치 유럽 작은 시골마을에 온 것 같은 드라마틱한
느낌을 간직한 성전에 들어섰다.
구석진 자리에 앉아 정면 십자가를 응시했다.
눈을감고 다시 나를 응시했다.(기도한다)
기도는 시간과 공간을 새로운 환희로 바꾸어놓는
매우 고즈넉한 방법이다.
그것은 오직 순간의 떨림속에만 있는 내면의 광맥에
닿음으로써 어떤 정신상태, 또다른 세상에 존재를
느끼게 한다.
다시 성당을 나와 주변을 돌아보았다.
여든 살 후반으로 짐작되는 할머니와 마주쳤다.
젖은 반바지에 모래가 잔뜩 묻은채 몰골이 마치 허름해 보이는 나에게
"어디서 오셨어?"라고 작은 목소리로 물어오셨다.
"강릉입니다. 저기 해변부터 성당 십자가 보면서
계속 걸어왔습니다" 라며 빙그레 웃음을 보였다.
성당 밖 작은 벤치에 걸터앉아 먼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맑은하늘, 푸른바다, 선선한 가을날씨, 예쁜성당
온전히 나를 위해 만들어진 아름다운 날이었다.
마치 소중한 선물을 받은것 처럼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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