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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경<상임 논설위원>


"인생을 시작하는 초입에 서 있는 사람은 어쩌면시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중년에 이르면서 점점 느려지다가 노년에 이르러 신체

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결국 흐르는 시간과 상관없이 정지해버린다.

그러나 여전히 시간은 한결같은 속도로 흐른다"


2017년도 어느새 넉달 남짓 남았다
벌써 한해의 삼분의 이가 지난 셈이다
한창 뜨거운 삼복 더위와 씨름하느라
입추가 지나도 별 감흥이 없다가 막상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가을...올해도 다 갔구나' 알게 되고 도둑맞은 것처럼 훌쩍 달아나버리는 시간을
안타까워 하는 장탄식은 해마다 연말이 되면 꾸준히 반복해온 일상이 된다

십여년전쯤 심리학에 관한 책들이 잠시동안 다른 쟝르의 서적보다 더 주목받았던 적이 있다
나 역시 유행에 힘입어 평소엔 별로 즐겨 읽지도 않던 심리학 책을 세권이나 사들여 모자라는

수면 시간을 대폭 줄여가며 완독을 했었는데 그때 읽었던 책 중에 네덜란드의 심리학자인 다우게 드라이스마 교수의'나이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라는 책이 긴 여운을 남겨줬다


순수 심리학 책이면서도 외우기 골치 아픈 심리학 이론만 열거해 놓은 건조한 내용이 아닌
인간이 가진 오랜 화두라 할수 있는 기억과 시간의 연관성을 예리한 통찰력으로 풀어낸 재미있는 책이었다

'기억은 마음 내키는 곳에 드러눕는 개와 같다는 독특함으로 책의 서문을 연 드라이스마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세 가지 현상으로 설명해 놓았다

그 첫 번째는 망원경 효과로 망원경으로 물체를 볼 때 실제 물체와의 거리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지는 것처럼 과거를 기억할 때 일어났던 사건의 시기보다 더 나중의 일로
여겨지는 현상이다
현재와 가까운 일처럼 인식하는 효과로 인해 시간 축약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회상 효과인데 노인들의 기억을 테스트할 때 정상적인 망각 곡선에서 20대 전후 부분이 돌출되는 효과다.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는 기억의 표지가 많은 부분이 기억에 오래 남으며 중년 이후에는 이런 표지들이 점차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번째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느려지는 생리 시계
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수십가지 생리적 시계는 나이를 먹을수록 객관적인 시간, 즉 시계 시간보다 점점 뒤쳐져 결국 하루가 무서울 정도로 짧게 느껴지게 된다는 메커니즘을 얘기하고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도파민 분비가 줄어 중뇌에 자리한 인체 시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시간은 일정한 속도로 흐른다
인생을 시작하는 초입에 서 있는 사람은 어쩌면시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중년에 이르면서 점점 느려지다가 노년에 이르러 신체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결국 흐르는 시간과 상관없이 정지해버린다
그러나 여전히 시간은 한결같은 속도로 흐른다

주어진 시간을 길게 쓰는 방법은 없는 걸까...
남보다 조금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움으로 삶을 채워 넣고
자신을 앞으로 나가게 해줄 신나고 즐거운 일들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행위들은 매달 반백의 머리를 염색하고 보톡스 주사로 부자연스런 젊음을 유지하려는 안간힘보다 더 바람직해 보이는 젊게 사는 방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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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8-09 18: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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