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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람의 10년 / 펑지차이 지음
- 문화대혁명, 그 집단 열정의 부조리에 대한 증언

이 책은 중국 문화대혁명(이하 문혁) 시기
보통 사람들이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문화대혁명, 현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보통 사람들이 실제 겪었던
문혁의 생생한 경험을 사회과학적 문제의식과 문학적 글쓰기로 시대를 기록했다

당사자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구술 문학의 형태로 엮었다는 점에서,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세컨드 핸드 타임’과 비교할 수 있겠다(물론 저자도 문혁의 피해 당사자이다)

 1980년대 중반, 저자인 펑지차이가 신문에 문혁 경험담을 공모하자 4천 통이 넘는 편지가 도착했다
그는 편지를 일일이 읽고 그중 수백 명을 직접 인터뷰했으며, 1986년부터 그 가운데 백 사람의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1996년 29편의 글을 모아 중국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되었으며,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에서 번역, 출판되었고 한국어판에는 17편이 실렸다

1967년 바람 부는 어느 엄동설한의 밤
누군가 펑지차이의 집 문을 두드렸다
홍위병들이 들이닥치는 소리일까 봐 잔뜩 겁을 먹은 채 문을 열었는데 뜻밖에도 그의 가장 친한 친구가 문밖에 서 있었다
그는 중학교 선생님이었는데 우파로 몰려 반 년 동안 감금되어 온갖 고초를 겪었으며,풀려나자마자 그를 찾아왔다고 했다
반 년 동안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는 그는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평소에 가장 아꼈던 제자들이 그가 잠꼬대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감옥에서 매일 밤 그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잠꼬대를 기록하고 그 다음날 잠꼬대가 가진 불순한 의미를 추궁했다는 것이다

친구는 잠꼬대를 할까 두려워 잠을 잘 수 없었다
반년 동안 잠과 사투를 벌이느라 눈에 핏발이 가득한 그가 말없이 담배를 피우다가 비탄과
절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태어난 사람들은 우리가 이렇게 살았다는 걸 알 수 있을까? 이런 상황과 이런 비극을 말이야. 앞으로 세월이 흘러 우리가 모두 죽으면 우리 세대가 겪었던 일들을 누가 알 수 있겠어? 그렇게 되면 우리는 괜히
헛고생만 한 것 아니겠어? 지금 이런 일들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기는 한 거야?”
그래서 펑지차이는 문혁을 기록하기로 마음 먹었다

1976년 사인방이 체포되면서 약 10년 동안 중국을 거의 내란 상태로 몰았던 문혁은 공식적으로 종결되었다
중국 정부는 문혁 기간 중 3만4,800명이 죽었고 70만 명 이상이 박해를 받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한 1981년 6월 27일, “건국 이래 약간의 역사적 문제에 대한 당의 결의”를 통해 “문혁은 마오쩌둥의 개인적 과오로, 린뱌오와 장칭 등 반동 세력에 의해 당과 인민들에게 많은 재난을 몰고 왔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문혁은 마오의 과오이기는 하나,여전히 그는 과오보다는 공이 더 많은 혁명적 지도자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 뒤 문혁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평가는 이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난 적이 없다
문혁은 마오의 일시적인 판단 착오로 발생했지만 그 과정에서 장칭 등 사인방 세력과 반동 세력이
상황을 잘못된 방향으로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그 결과 대부분의 책임은 사인방과 반동 세력들이 뒤집어썼고, 혁명적인 마오쩌둥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인민들에게 붉은 태양으로 숭앙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문제는 있다
당시 동원되었던 대부분의 어린 홍위병들과 인민 대중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상흔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공식적인 사과나 반성을 한 적이 없다
문화대혁명을 기획하고 이끌었던 마오쩌둥에 대해서는 공과를 명확히 구분하면서 공이 과보다 많은 위대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문혁 때 마오쩌둥에 의해 주자파와 당권파로 몰려서 국가 주석에서 하루 아침에 인민의 적이 되어, 허난 성 카이펑 시의 한 공장 건물에서 처참한 몰골을 한 무명의 시체로 발견되었던 류사오치 역시 위대한 혁명가로 명예를 회복했다
하지만 ‘잃어버린 10년’을 고통스럽게 지나왔던 인민 대중에게는 그 어떤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사과와 평가도 생략되었다

“나는 일부러 보통 사람들의 경험을 기록했다.
밑바닥 민초들의 진실이 바로 역사의 진실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이다

“중국이 지난 50년 동안 문혁을 뒤돌아보면서, 애써 무시하려 했던 것도 어쩌면 ‘인민’이라는, 생명이 있고 감정이 있고 개성이 있는 실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번역자의 말이다

‘백 사람의 십 년’은, 이들 구체적인 ‘인민’의 생명과 감정과 개성을 싣고 있는 구술문학 작품이다
또한 어떤 관점이나 입장에서 문혁을 분석하고 평가하기보다, 전체 인류를 해방하기 위해 분투했으나 가해자로서든 피해자로서든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렸던, 1960년대 문혁 시기의 독특한 인간 유형이자 비극적 인간상에 관한 종합적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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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7-23 20: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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