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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출신답게 이창동 감독이 해석한 작품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헛간을 태우다'는 문학적이었다
난해하고 호흡선이 무거운 소설을 읽는 느낌이 강해서
지켜보고 있기 버겁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험난하고 숨차고 고달픈 현실을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며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을 그려내왔던 다른 이창동 감독의 작품들에 비해 
많이 비틀려진 시각이 엿보인다
대중들에게 쉽고 친숙하게 어필할 수 있는 
새드 무비류나 멜러가 아닌 미스테리 스릴러물의 성격이 컸다

수시로 걸려오는 발신이 제한된 전화,
주변에서 자꾸만 벌어지는 수수께끼 같은 일들,
거기에 곧 어떤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질 것만 같은
위기와 긴장감이 가득한 음악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다운 구석은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원작이 가지고 있던 미스테리함에
이감독 특유의 분위기를 덧입힌듯 보였다

벤과 종수...두 인물을 통해 사물과 존재의 유무를 대비시키고,
해미라는 존재에서 보여지는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가벼운듯 하면서도 진지한 모습과,
물질에 결부된 깃털같은 사랑의 끝에 배치된
내면의 울림에 귀기울여주는 깊은 사랑과,
가족의 해체에 잇따른 개인주의적 성향이 팽배해 있는
현대인의 삶을 화두로 던져준 영화였다

박하사탕이나 초록물고기에서 받았던 감동을 
재현시키기는 어려웠지만 깊고 무거운 슬픔과 
잔잔하게 솟아오르는 분노와 증오가
이성적이고 깔끔한 가면 뒤에 감추어진 
차갑고 잔인한 본성을 응징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긴장감과 착잡함을 동시에 느꼈다

적당히 찌질하고 소심하면서도 순수한 모습을 표현한 
유아인의 연기에 재평가가 나올 법한 영화다
감독도 출연진도 기존의 이미지와 성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시도가 좋은 결과로 돌아오길 기대해 보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의 관객 반응들이 둘로 나뉘는 걸 보니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칸 영화제 본상 수상은 실패했지만 비평가상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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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5-27 17: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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