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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게장<자료사진>


바야흐로 꽃게철이 돌아왔다

봄 게는 맛이 진하고 껍질이 단단한 편이다

6월 암게의 맛을 최상으로 친다니 미식가들의 까다로운 기호를 믿어보기로 한다


대략 여섯해쯤 전에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태풍 총회라도 열린듯 한반도 상공을 무자비하게 휩쓸며 지나간 태풍만 그해 여름 다섯번인데 하필 그 부산스런 시기를 골라잡아 제주 유람을 했으니 고충 자심한 휴가를 보낸 셈이다

그나마 좋았다는 기억이 있는데 꽃게를 비롯한 해산물을 데쳐낸 물에 끓인 라면이 그렇게 구수하고 향긋하며 시원한 감칠맛을 낼 줄이야...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맛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사실 나는 원래 꽃게를 비롯한 갑각류를 별로 즐겨하지 않는 편이어서 어쩌다 꽃게 요리 전문점에 가도 게살을 뜯어먹는 맹렬한 입놀림의 사람들을 보면서 기가 질리는 느낌을 받곤 한다

더구나 양념으로 간을 했다지만 익히지도 않은 날것을 먹는 건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미치도록 간장게장이 먹고 싶어졌다

늦둥이 둘째 딸아이를 임신했을 때였는데 먹는 것에 별 관심없이 지내던 나로서는 참 당황스런 일이었지만 한번 품은 간장게장에 대한 열망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아서 결국 가까운 이마트에 쫓아가  작은 것을 네마리 샀지만 어찌나 짜고 맛이 없던지 버리고 싶었던 안좋은 기억이 있다



안도현 시인의 '스며드는 것'

 

그 뒤 안도현 시인의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라는 시집에 수록된 '스며드는 것'이라는 시를 읽은 후 간장 게장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어쩌면 모성애를 그리 표현할 수가 있었을까...

시인은 시인의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이니 당연하다고 넘겨버리면 그뿐이었겠지만 딸 둘을 낳아본 엄마의 마음에서는 무심히 지나쳐버릴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시를 읽기 며칠 전에 한 공중파 방송사에서 내보낸 과학 다큐멘터리에서 본 게의 성장과정을 본 후라 더욱 애닲은 생각이 들었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 게가 완전한 어른 게가 될 때까지 여덟번의 탈피를 거듭하는데 한번씩 그 과정을 거칠 때마다 죽음과도 같은 고통과 힘겨움을 이겨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들에게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그 숱한 역경을 거쳐 고작 사람들의 식탁에 별미로 오르는 셈이니 얼마나 슬프고 기구한 운명이란 말인가...



게 <자료사진>

7,8월이면 금어기가 된다

산란을 위해 피둥하게 살을 찌우며 앞발을 높이 흔들고 있을 이 바닷속 생물들이 게철을 맞아 유난히 눈에 밟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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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4-06 18: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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