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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와인 알마비바’


우리가 감각적으로 사물을 받아들일 때 그것이 허상인지 실상인지 이성적으로 필터링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일 때가 많다

특히 SNS에서는 이러한 감각의 허상에 속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확인 검증될 수 없는 것들에 쉽게 매몰되는 경우를 많이 보는 것이 SNS의 세계인데 동고동락을 수년간 하고도 사람은 쉽게 파악하기 힘든 것 같다


‘레드와인 알마비바’는 이름만큼이나 의미가 있는 술이라 한다

술 마시면 인간의 가려진 이중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알마비바는 그런 인간의 이중성을 나타내는 고전속의 어느 인물에서 따온 이름이다


모짜르트가 작곡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알마비바 백작의 이중성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사실 피가로는 세빌리아의 이발사로 이 백작이 자기의 적인 의사 "바르톨로"가 보호 중인 "로지나"의 돈을 탐내어 결혼하려고 한다

이 때 이 말 잘하는 세빌리아의 이발사 피가로가 중간에서 중매를 잘 해서 백작과 로지나의 혼사를 이루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데 오페라 제목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알마비바 백작 풍자화


로지나와 결혼을 하게 된 백작은 드디어 난봉꾼으로서의 본색이 드러난다

로지나와 결혼을 하지 못해 안달을 하던 때는 언제이고 결혼을 하게 되니까 집안 하녀들을 집쩍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은 초야권을 행사하려는 백작과 이를 저지하려는 하인들과의 보이지 않는 싸움을 소재로 한 내용이다

흥미롭다...‘레드와인 알마비바’ 초야권이라는 인간의 이중성을 나타내는 의미가 담겨 있다.

초야권이라...?

이게 뭔고 하니 중세 유럽 하녀들이 시집가는 날 남자 주인이 첫날 밤을 신부와 함께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아주 해괴한 풍습인데 하녀가 무슨 보일러도 아니고 시험 가동을 해보고 출시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


알마비바 백작의 이중성을 의미하는 브랜디 와인


이런 풍습을 만들 때는 관습과 풍습이라는 미명하였겠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귀족이 휘두르던 초야권이 사람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자 실제로 귀족들 중 의식 있는 사람들은 솔선해서 이러한 권리를 철폐해야 한다고 나서기도 했으나 많은 귀족들은 이 좋은 권리를 포기하는 것을 아까워했다고 한다


알마비바 백작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초야권을 페지하겠다고 하면서 마치 의식이 깨인 계몽 영주인 것처럼 행세하였지만 지금은 피가로가 결혼하려는 수잔나에게 초야권을 부활시키려는 음흉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모짜르트는 이처럼 겉으로는 깨인 군주인 것처럼 하면서 실제로는 전혀 반대인 백작의 이런 양면적인 모습을 이 오페라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려 한다. 마치 의식이 깨인 선민인양 하면서 이율배반의 의식과잉의 인간들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300여년전에도 이런 이중성들이 적나라한 사회였나보다


이렇듯 알마비바 백작의 이중성을 의미하는 브랜디 와인 알마비바는 이 와인 자체도 좋지만 세상에 이중성의 얼굴을 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더 하는 것 같았다. 와인은 맛도 중요하지만 스토리가 있으면 더 좋은 것처럼…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이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가끔 보면 귀족의식을 가진 듯해서 유쾌하지 못하다

그래서 이중적인 술이라는 의미의 이름인 알마비바 와인은 패러독스한 의미를 주는 것 같다

와인을 포도주로 즐기면 그만인 것이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텐데 가끔은 와인이 곁들인 술자리에서 와인 품평회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즐겁지는 않았다


비지니스를 위한 자리라면 조금 다르겠지만 사람과 돈이 통하기를 원한다면 빈티지의 좋은 "샤토 마고"정도도 괜찮겠는데.. 술은 어디까지나 긴장을 풀고 기분을좋게 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다


요즘 어디서나 '알마비바' 백작의 이중성을 생각해 보게 하는 사람들과 행위들을 많이 본다

전환기적 시대라서 그런가 보다.우상과 이성을 구분할 수 있는 양식있는 인식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교조주의와 원론주의, 의식과잉과 의식부재 근원을 알 수 없는 선민의식, 국가주의와 민중주의 간에 목청은 더없이 높아지고 있다

옥석을 가려야 하는 데 진실을 가리기가 어려운 시대이다. 도처에 깔린 허상의 지뢰들을 잘 가려내야 하는 지혜를 가져야 하는 것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되어가는 것 같다


피가로의 결혼 포스터


포도가 오랜 기간 동안 햇볕 잘 쐬고 모진 날씨 변화도 꿋꿋하게 이겨내야 맛 좋고 질 높은 상품의 와인이 되듯 사람도 깊은 맛이 있는 진한 와인처럼 성숙된 인간미와 깊이 있는 사고의 사람이 그리워지는 시대다

이런 감각의 시대도 하나의 과정이라면 시간 속에서 와인처럼 성숙되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와인 맛이 연도, 품종에 따라 다양한 것처럼 우리는 각기 독특한 개성을 가진 개인일 뿐이고, 그런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는데 와인도 "다 같은 맛이다"라고만 단선적으로 느끼는 감각적 인식으로 세상을 흑백논리로, 자기들만의 인식과 선입견대로 취급하고 취급되는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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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4-05 13: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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