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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미술관 <안산시 상록구 충장로 소재>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충장로 422번지에는 조선 후기 화가 김홍도의 단원 미술관이 있다
계절별 각종 행사가 연달아 이뤄지고 최근까지 한국 추상 미술 1세내 작가라 일컫는 장성순 기증 특별전이 열리기도 했던 이 기념관의 야외 조각 공원에 들어서면 조정래 작가의 '父心'이라는 이름을 가진 호랑이 좌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당장이라도 천지를 들썩이는 포효가 고막을 찢을 것 같고 바짝 붙여 세워 앉은 네 다리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뿜어져 나오지만 위협적이고 사나운 얼굴에 비해 긴 꼬리는 어쩐지 고양이의 것처럼 응석을 부리고 있는 느낌이 드는 이 호랑이가 처자식을 거느리고 있는 당당한 가장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왜 아버지의 마음이라는 제목이 붙었을까...


                     조정래 작가의 '父心'이라는 이름을 가진 호랑이 좌상<기념관 야외 조각공원>

문득 '대호'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사냥꾼의 손에 어미를 잃은 한쪽 눈 없는 아기 호랑이는 그 사냥꾼의 보살핌으로 잘 자라 일가를 이룬 산군이 되지만 빼앗긴 나라의 산하에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음을 알고 마지막을 부탁하기 위해 사냥꾼을 찾아 눈바람 휘몰아치는 바위산을 올라 함께 까마득한 절벽으로 추락하는 당당하고 장엄했던 최후...

처자식을 모두 잃고 혼자 살아갈 의미를 잃은 심정은 인간도 호랑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라를 빼앗긴 민족이 사는 강토에서는 한낱 미물들도 편안히 살아갈 수가 없다
식민 지배하에 둔 나라의 정기를 끊고 위풍당당한 산군마저 가죽을 벗겨 발 깔개로 쓰기 위해
온 산천을 뒤져 호랑이를 도륙하는 모습에서 새삼 분노를 느꼈다면 너무 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어느덧 서울에도 봄이 만개했다
개나리 진달래가 우리나라의 봄을 장식하는 꽃의 대명사로 불리던 것이 언제였나 싶게 요즘 길거리 가로수는 온통 벚꽃나무로 즐비하다
그 자태를 멀리서 보면 마치 커다란 안개 꽃다발 같기도 하고 비나 바람이 불어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마저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기는 하다

그런 몽환적인 벚꽃을 보면서 수백년간 질기디 질긴 악연의 고리로 얽힌이웃 나라의 국화라는 것에 마냥 즐거운 느낌일 수가 없다
한갓 꽃에 무거운 의미를 부여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잊을 것은 잊되 새길 것은 새겨야만 한다
유난히 아픈 과거사가 많은 계절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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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4-04 17: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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