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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어른들 싸움에 아이들 끼워넣기 논란 - 툭하면 등교거부, 아이들이 볼모?
  • 기사등록 2017-06-22 16:38:29
  • 기사수정 2018-03-14 1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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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싸움에 아이들 끼워넣기 논란

툭하면 등교거부, 아이들이 볼모?

장동근 / 한국청소년보호연맹 총재

경기도 수원과천안양 및 군포시와 접경을 이루는 인구 16만명의 자그마한 전원도시 의왕이 때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수원시와 접경을 이루는 의왕시 왕곡동 골사그네 마을에 대규모 교정시설이 들어선다는 게 그 이유다.

시설별로는 서울구치소안양교도소 등 교정시설 2개소, 서울소년원서울소년분류심사원 등 소년보호시설 2개소 등 4개 교정보호시설이다.

그중 소년보호시설로 분류되는 서울소년원 등 2개 시설에 대하여는 별다른 저항이나 다툼이 없어 보인다.

소년원은 사실상 학교 형태로 운영되는 특수교육시설의 성격을 띄며 소년분류심사원은 비행소년의 비행성향을 분류심사하는 판단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법무타운 유치에 반대하는 어른들의 대부분이 학부모이거나 자녀양육의 경험이 있는 분들이어서 청소년을 보호하고 교육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상쇄되거나 관대해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의왕시 청계동 소재 서울구치소와 안양시 호계동 소재 안양교도소를 한곳에 밀집시켜 법무타운 형태를 만들겠다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에 대한 주민들의 조직적인 반발이다.

같은 동에 있는 서울구치소는 물론이고 다른지역에 있는 교도소까지 끌고 들어와 교도소 도시를 만들어야겠냐며 아우성이다.

의왕시에서는 안양교도소를 관내지역으로 유치하는 대신 예비군 사격장을 안양으로 이전시키는 한편 법무타운 맞은편을 주거상업 복합타운으로 조성하여 도시발전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이 지역 주민들의 생각은 두가지로 갈라지고 말았다. 찬성 아니면 반대다.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쪽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법무타운 조성 예정지 근거리에 위치한 고천왕곡동 주민들의 저항은 지침이 없다.

왕곡동 일내의 아파트 단지와 인근 도로에는 분홍색 리본이 빼곡히 꽂혀있다. 법무타운 조성을 규탄하는 주민들의 집단행동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조기에 바로잡지 않고서는 시민들의 주장이 찬반으로 부딪히며 예기치 않은 후유증과 앙금을 남길 수 있다.

소모적인 행정력의 낭비도 간과할 수 없다. 사회경제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행정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감당해야 한다.

법무타운 문제가 가급적 빠른 시기에 무리없이 마무리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무타운 조성에 반대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그리고 상당한 이유도 있다. 따지고 보면 모두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반대쪽의 주장에 대하여 한가지만은 짚고 넘어가야할 필요성이 있다.

법무타운 조성이 이 지역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아이들까지 여론몰이에 내몰리며 등교거부 사태를 가져왔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진 것이다.

급기야 지난 61일에는 왕곡초등학교 학부모 70여명이 초등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바라는 것은 청정하고 안전한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라며 법무타운 조성을 이유로 자녀들의 등교를 거부하고 나섰다.

아울러, 법무타운 조성계획이 전면 철회되지 않을 경우 등교거부 사태는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왕곡초 전교생 443명 가운데 403명이 이날 등교거부에 참여했다.

기자회견을 주관한 학부모들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등교거부 여부 찬반투표에서 전체 학부모의 83%가 참여하고 그 중 76%가 등교거부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학생들이 영문도 모른채 법무타운의 볼모가 되었다는 점에서 뒤끝이 영 개운치가 않다.

다른 것은 몰라도 수원과 접경을 이루는 왕곡동 외진곳에 조성되는 법무타운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실상 법무타운 조성 예정지는 42번 국도와 과천봉담간 고속화도로로 차단된 지역에서 여기가 수원인지, 의왕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시 말해 법무타운 조성 예정지는 의왕시와 수원시의 접경지역 외곽지에 위치하고 있어 초고등학교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말이다.

수원쪽 42번 국도를 좌우로 나누어 오른쪽 경지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국도위로 봉담과천간 고속화도로가 지나가고 있어 누가 보아도 시민생활권과는 동떨어진 지역이다.

그런데, 굳이 학생들의 등교거부라는 극단적인 처방으로 맞서는 것은 아무리 좋은 쪽으로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교도소가 지척에 있는데 학생들이 뭘보고 배우겠냐는 주장을 펴지만 이 말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학생들이 눈앞에 보이지도 않는 교도소를 굳이 찾아갈 일도 없거니와 뭘보고 배우려고 해도 그 실체가 없다.

더욱이 담장에 둘러 쌓여 있는 재소자들이 학생들 앞에서 보란 듯이 활보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범죄자들이 시민들 앞에 포승이나 수갑을 차고 드러날 수 있는 확률은 오히려 법원검찰청이나 경찰서 인근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실제로 교도소 인근 주민들이 볼 수 있는 것은 호송차 밖에 없지만 경찰서 인접지역 등에서는 수갑을 차거나 포승줄에 묶여있는 범죄자를 보는 것이 그닥 어렵지 않다.

일부에서는 교도소 인접지역을 사례로 제시하며 탈옥 등의 사유로 학생들이 피습될 위험성이 그만큼 크다는 지적이 있으나 이 또한 기우일 수밖에 없다.

선진 교정시설에서 탈옥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교정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재소자들이 탈옥을 감행하는 것은 교도소 구내라기보다 교도소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이 대부분이다.

교도소 내에서 탈옥을 하더라도 탈옥수는 반드시 20km 이상 인근지역을 벗어난 원거리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통상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오히려, 교도소 인근지역은 안전하다는 것이 교정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같이 법무타운 조성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에는 분명 상당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학교앞에 교도소가 들어서는 것도 아닌데 학생들의 학습권이 손상될 수 있다며 부정적 논거를 펴는 사례는 설득력이 없다.

특히, 그 반대 이류를 정당화하거나 찬성논리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초등학교 학생들을 활용하는 부정적인 사례는 몇 번을 생각해도 옳은 일이 아니다.

명확한 판단능력이 없는 우리의 자녀들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른들의 논쟁 속에 끼여 학습권을 제약 당하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법무타운 조성을 둘러 싼 찬반 논쟁이야 어떻게든 결말을 찾아가겠지만 그 와중에서 우리 아이들이 받은 씻을 수 없는 상처는 어떻게 어루만져주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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