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 냄새가 짙게 배어 있는 부둣가에 서니, 한 어부가 고기를 잡는 어항을 정비하고 있었다.
그의 손은 거칠고 익숙해 보였다. 실타래처럼 엉킨 어망을 풀고, 찢어진 그물을 기워내는 손길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났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고기를 잡는 일은 단순히 물고기를 끌어올리는 행위가 아니구나. 어부의 삶은 기다림과 준비의 연속이다.
고기를 잡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은 바다를 읽고, 그물을 매만지고, 날씨를 예측하며 보내야 한다. 사람들은 흔히 결과만 본다. 수확의 크기와 그날의 성패로 어부의 하루를 판단한다. 하지만 나는 알 것 같았다. 어부의 진짜 일은 물고기를 잡는 그 순간보다도 훨씬 이전에, 준비의 과정 속에 깃들어 있다는 것을.
우리 삶도 그와 다르지 않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쌓인다. 차곡차곡 매듭을 짓는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성과라는 이름의 그물이 펼쳐진다. 어부가 찢어진 그물을 정비하지 않는다면, 바다는 그에게 어떤 물고기도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바람이 불어왔다. 어부의 그물 위로 햇살이 부서지며 반짝였다. 나는 그 빛을 보며 결심했다. 내 삶의 그물도 다시 손질해야겠다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채로.
삶이라는 바다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모두 어부가 되어야 한다. 고기를 잡는 순간만 바라보지 말고, 어망을 정비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자. 그것이야말로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첫걸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