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장정법 작가
오래전 북한으로 넘어간 적이 있다.
북한군 초소에서 바라본 남쪽은 내가 알지 못했던, 미처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아름다움이었다.
그곳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단지 내가 서 있던 자리와 반대편에 있던 풍경일 뿐이었다.
그날의 그 장면은 묘하게도 마음 깊숙이 스며들었다.
똑같은 하늘과 바다였지만, 내가 서 있던 곳과 각도가 다르니 전혀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그 풍경에 이끌려 선장에게 배를 띄워달라 요청했다.
잔잔한 물결을 따라 배가 움직이는 동안, 나는 그저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멀리서 보니 모든 것이 이어져 있었다. 나뉜 경계는 물결 위에 그어진 얇은 선일 뿐, 본질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있었다.
돌아오는 길, 마음속에는 그날 바라본 풍경이 잔잔히 흔들렸다.
그것은 남쪽의 것이 아니었고, 북쪽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우리가 모두 공유하고 있었지만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아름다움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비로소 깨달았다. 아름다움은 언제나 거기에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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