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순애 기자
이재명 대통령(사진=청와대)
[경기뉴스탑(수원)=전순애 기자] 이재명 정부가 총 1천조 원 규모의 반도체·인공지능(AI) 투자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국가 산업지형을 바꾸는 초대형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을 비수도권으로 분산해 국가균형발전과 미래 성장동력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AI 산업 생태계 구축이 핵심이다.
정부는 2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대국민 보고회에서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미래 전략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한다. 보고회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 장관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참석해 민관 공동 투자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와 산업계가 준비 중인 투자 규모는 향후 10년간 1천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대상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충청·영남·강원 등 비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되며,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시설, 미래 모빌리티 등 차세대 전략산업이 함께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공장 신설을 넘어 대한민국 산업구조를 AI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국가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도체는 전도체와 절연체의 중간 성질을 이용해 전류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핵심 소재로, AI 시대에는 고성능 연산과 초고속 데이터 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초미세공정 경쟁을 넘어 AI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기술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과 저전력·고성능 AI 반도체 개발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으며,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은 1나노미터 이하 공정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가격 변동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사이클 산업의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산업 구조가 바뀌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이러한 세계 산업 흐름을 반영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호남은 상대적으로 넓은 산업용 부지와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 공급 여건을 갖추고 있는 데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반도체 인재 양성 기반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반도체 생산공정은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막대한 초순수 용수를 필요로 하는 만큼 발전시설과 송전망 확충, 공업용수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여기에 첨단 연구인력 양성과 교육·의료·문화시설 등 정주 여건 개선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호남권 투자 계획을 둘러싸고 지역 편중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특정 지역에 대한 과도한 투자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정부는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적 입지 선정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기업들이 가장 경쟁력이 높은 지역을 선택해 투자하는 것이며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라며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 갈등과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소모적인 정치 공방보다 대한민국 미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세계 AI 반도체 경쟁에서 우리나라의 생산기반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대규모 투자계획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 투자와 함께 전력망 확충, 용수 공급, 규제 개선, 전문인력 양성 등 산업 인프라 구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과 생산, 첨단 패키징, 데이터센터까지 연결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번 1천조 원 프로젝트는 단순한 투자 규모보다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느냐가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남부=경기뉴스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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