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제22화> 망명 새벽에 만든 조선 매매계약서(5)
  • 기사등록 2021-01-23 07:45:03
기사수정




<제22화> 망명  새벽에 만든 조선 매매계약서(5)


준마는 난간 손잡이를 잡고 숙향이 떨어진 곳을 바라보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 숙향! 여보!” 그의 흐느끼는 소리는 이내 철거덕거리는 요란한 기차 바퀴 소리에 묻혔다.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기차는 이윽고 압록강을 지나 중국 단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정신을 문득 차리고 보니 광복이 잠에서 깨어 혼자 울고 있었다.


우는 아이를 데리고 역에서 내렸다. 단동역에서 아이는 엄마를 찾으며 계속 울었다. “엄마가 지금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가 있겠다고 했어. 자, 울지 말고 어서 엄마 찾으러 가야지. 이렇게 울고 있으면 언제 엄마를 만나러 가겠니? 자, 어서 가자.”안동현 단동역에는 이륙양행의 선박이 상해로 간다고 했다.


다행히 다음 날 상해로 가는 배가 있다고 했다. 상해로 가는 배 위에서 준마는 마음속으로 절망하였다. 천진난만하게 가슴에 안겨 있는 아이는 바다 멀리 하늘을 쳐다보면서 계속 눈물을 흘리는 준마의 얼굴을 보면서 손으로 준마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아빠, 왜 우는 거야? 아빠가 자꾸 우니까 이상해. 아빠가 우는 거 처음 봐!" 저 먼 바다 위로 간간이 떠다니는 구름 사이로 갈매기 떼가 가지런히 날아올랐다. 파도를 가르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달려 나가는 배 위에서 앞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했으나 도무지 생각이 잡히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몸과 마음 한구석이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 숙향! 내 어찌 살기를 바라겠소. 당신이 날 위해 죽은 그 마지막 모습을 내 가슴속에 품고 어찌 살라는 말이오? 차라리 같이 죽는 것이 더 나을 것이었다. 이제부터 내가 사는 인생은 사는 것이 아닐 것 같다. 아이를 힘껏 가슴에 품었다.


눈을 뜬 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였다. 병원에서는 내가 독에 중독되어 죽기 직전이었다고 했다.‘광복이는 어디 있는 거지?’ “간호사님, 저의 아이가 같이 있었는데 어디 있는지요?” 도무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저녁나절이 되어서야 나를 찾는 손님이 왔다는 것이었다. 누군가 들어오는데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었다.


“저 아시겠습니까? 백가객주와 홍삼 거래를 하던 개성홍삼상회 김형식입니다.” “여기를 어떻게 아시고 찾아오셨는지요?” “준마 행수 오랜만이오. 일어나지 말고 그대로 편하게 누워 계시요. 일단 몸조리부터 하는 게 우선이오.” “아니 제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 아이는 어디 있는지요? “아이는 염려 마시요. 곧 데리고 올 테니.” “준마 행수는 일본 앞잡이인 황기춘이라는 자에게 독살당할 뻔했습니다. 벌써 여러 명의 조선 사람들이 그자에게 독침을 맞거나 독이 든 음료를 마시고 암살당했습니다.


상해로 오는 배에 우리 상단의 차인행수 한 사람이 타고 있었습니다. 준마 행수를 누군가 뒤를 쫓는 것 같아 겉으로 나서지 않고 조용히 뒤를 밟았답니다. 그자가 배에서 내리면서 안내한다고 데리고 간 많은 조선인들이 암살을 당했습니다. 마침 뒤따르던 차인행수가 여관까지 가는 것은 확인을 했는데 얼마 후 그자는 나왔는데 준마 행수가 한참을 지나도 나오질 않아 직접 여관으로 들어가 봤답니다. 문을 열어 보니 준마 행수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즉시 병원에 연락해서 응급조치를 한 것입니다. 여기까지 오게 된 그간의 사정은 내 소상히 들어서 알고 있소이다. 김구 선생이 편지를 보내 준마행수를 잘 보살펴 달라고 신신당부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동안 이곳 상해에서 홍삼을 취급하는 조선의 상인들이 상해로 오는 조선의 애국지사들을 조금씩 돕고 있었습니다. 지금 김구 선생은 조선에서 교육사업을 하느라 상해로 오시지는 못하고 대신 저에게 준마 행수를 보살펴 달라고 부탁을 해 왔습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bgchang.co.kr/news/view.php?idx=5839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