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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힘, '사람의 가치 키움'에 있다.




유연웅/상임논설위원(극동대 교수)


최근 청소년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대의 한국인에게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퍼지고 있다"라는 신문기사는 더이상 놀랍지 않은 기사가 되었다. 우울증은 청소년기에 경쟁사회에 노출되어 학업 및 교우관계에서 비롯된 스트레스, 청년기에는 취업문제와 결혼에서 오는 스트레스, 중장년기에는 업무와 관련된 다양한 스트레스 및 경제적 부담, 노년기에는 건강상의 이유 등 우울감을 느끼는 이유도 각양각색,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건강한 사회를 좀먹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은 개인적인 성향에 따른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사회적 시스템이 가져오는 환경적 부분의 영향도 크다. 자존감이 형성되고 본격적인 사회화를 학습해야 하는 청소년기에 경쟁사회 분위기의 사회적 시스템에 의해 친구를 경쟁상대로 인식하게 되면 교우관계가 형식화되고 나아가 타인과의 감정 공유를 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성향이나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우울감이나 우울증은 자존감 저하, 절망감, 극단적으로는 자살행동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감정 또는 질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

2018년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의 정신건강 상태를 분석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인관계 문제가 있는 경우 우울증 위험이 2.7배나 높아지며 우울감이 높은 응답자일수록 자살까지 생각한 비율이 높고 일부는 실제 시도를 하기도 했다고 보고되었다. 자살 시도 대다수는 충동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는 "진짜 죽음을 원한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하다는 구조신호를 보낸 것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발표한 '2019년 자살백서'에 따르면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수(OECD)에서 2위이며 자살의 동기별 분석결과 정신과적 질병 문제가 31.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으로 10~30대 젊은 층에서 정신과적 질병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율이 40%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자살을 부추길 수 있는 유해 환경 개선을 위해 716일부터 온라인에 자살 유발정보(자살 동반자 모집, 자살 방법, 자살 유도를 담은 문서 및 동영상, 자살을 위한 물건의 판매 및 활용 정보 등)를 유통하는 행위에 대해 불법으로 규정하여 자살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 시행에 들어갔다.


이와 같이 자살, 그 자체를 예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치를 존중할 줄 아는 문화 확산이 우선시 되어야 겠다. 물론 가족 해체 현상이 심해지고, IT의 발달로 인해 부모와 자식 세대의 공감 영역이 크게 줄어든 것 역시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신체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관리를 해야 병에 덜 노출되듯 정신 건강 역시 가까운 이들과 깊이 마음을 나누며 정서적 안정감을 갖춰야 하는데 그러한 관리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성이 있다. 심리 상태나 정신 장애가 발발하기 전, 문제가 일어나기 전, 불안정한 부정적 감정에 빠지기 전, 내면의 토양을 건강하게 다져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이라는 책에서 설명하는 '진정한 행복'은 개인의 강점을 파악하고 자기 계발을 통해 일과 사랑, 여가 활동, 가족 돌봄 등 삶의 현장에서 활용함으로써 실현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덧없이 지나칠 쾌락을 맛보며 쉽고 짧은 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닌 여운이 더 강렬한 행복에 집중하는 것이다.


특히,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수정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 보다 나의 강점에 집중하고 활용함으로써 나의 가치, 나아가 '' 자신을 깊이들여다 보며 참살이를 통해 온전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긍정적 정서가 형성되면 부정적 정서는 점차적으로 감소된다.


프랑스 인류학자 귀스타브 르봉이 역설한 사회전염(Social Contagion)은 집단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타인에게 무의식적으로 동조하고, 어떤 경우 자신을 잃어버린 채 행동하기도 하며, 마치 바이러스가 질병을 옮기는 것과 같은 양상으로 전체로 전염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아주 오래전 과거에서부터 존재했고 지금도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 있다.


이렇게 만연된 부정적 사회전염을 긍정적 사회전염으로 바꾸는 일은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당면과업으로 이는 곧 건전한 문화확산으로 귀결될 수 있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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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1-01 14: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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