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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에 대하여


맹수경<상임논설위원>


"인연에 끈이 닿으면 죽을 때를 안다"<'본문' 중에서>


곧잘 인연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과연 얼마나 제대로 인연에 대해 알고 있을까...
아니...인연을 인연으로 받아들이고 인연에 당도하고 있을까...

인연을 말하면서도 장난처럼 대한다
인연이 운명과 혼재되어 좋아서 만날 때는 인연을 말하다가 수 틀리면 쉽게 서로를 팽개친다
인연에 대한 개념이 없는 거다
인연을 입에 담을 처지도 못된다
그래서 우리 인생에는 뜻이 없다
인연에 무지하고 인연을 받고 인연에 당도하지 않으면 뜻이란게 있을 수 없다
인생의 좌표도 궤적도 성립하지 않는다

크게 착각하는 게 있다
'나’를 중심에 놓고 인연을 부차적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임의적이고 편의적으로 인연을 관리하고 조작하고 조정해도 좋은 걸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인연이 나에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내가 인연의 산물이란 것,나는 인연의 자식이란 거,
그런 개념이 없다
그러니까 나와 인연, 이것을 완전히 거꾸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착각 때문에 인연에 무지하게 된다
나의 인연이 아니라 인연의 나라는 개념으로 전환할 때, 인연이란 개념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인(因)은 주된 원인이고 연(緣)은 종속적 원인이다
삶이란 것 자체가 인연을 떠날 수 없다
인연이란 게 삶의 기준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연에 끈을 닿지 못한다
현상의 나를 부여잡고 분칠하고 애지중지하고...

인연에 끈이 닿는다고 할 때, 사물이 응당 그러해야할 바,그런 모습을 갖춘다는 의미다
모든 사물이 이치에 인연하는 것이니까 생명이란 것도 또한 그런 것이니까 그 이치에 합당하게 굴러갈 때 인연에 끈이 닿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와 어긋나게 마구 굴러간다면 인연과 끈이 떨어진 것이다

인연에 끈이 닿으면 죽을 때를 안다
이생에 뜻이 다했음을 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살아야 한다고 발버둥친다
인연과 따로 놀아서 인연의 뜻을 모르니까,
그래서 뭐가 끌려가듯 그렇게 생을 마감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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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9-02 16: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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